아시아 건축 아카이브_건축워크숍 | 문화를 협동하는 여정, 조현정
ACC Architecture Archive Architecture Workshop 2015~2019
View Point | 건축생산워크숍을 바라보는 시각
문화를 협동하는 여정
조현정 | ㈜지문도시건축 소장, 대표
‘건축가 없는 건축(Architecture without architects, Bernard Rudofsky, 1964)’에서 보여지는 건축은 지금과 같이 전문가에 의해 법적, 행정적, 기술적 검토를 거쳐 설계되고, 전문기술자에 의해 기계적 장치의 힘을 빌려 시스템으로 구축되는 현대의 건축물과는, 만드는 방법도, 보여지는 모습도, 차이가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지의 풍화작용에 의해 시간을 견뎌내며 스스로 가공되었음직한 모습들이 어딘지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구조물인지 자연물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물리적 사물이나, 형태로 이해하기에는 어딘지 설명이 한참 부족하다. 그보다 지형, 기후, 자연환경, 생활방식, 종교, 전통, 언어, 경제활동, 사회구조, 기술, 생산방식, 공동체 협업방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촘촘하게 포괄되고 응축된 것으로 감지된다. 그 다양한 차원이, ‘문화’라는 이름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곳에 이미 한낱 개인이 가늠할 수 없을 오랜 시간동안 있어왔던 ‘삶’을 응축해 온 형태로서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하나의 오브제(Objet, 물체 또는 사물이라는 뜻, 어떤 물리적 형태를 갖는 온전한 대상으로서의 사물이라는 의미로 쓰임)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어찌하다가 이런 모습과 방식을 택하게 되었는지 그 저변에 깔린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혹 일부 저개발권 문화에서는 지금도, 건축은 거주공간을 기반으로 한 삶의 중요한 터전이었으며, 그 삶이 건축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현대인은 임대와 이주가 간편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건축의 주체는 거주자 본인과 가족이거나, 이웃, 공동체였고, 일상도 작업도 그 공간안에서 삶과 일치되도록 만들어졌다. 건축을 통해 삶을 유추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건축재를 얻어내는 지역의 물리적 자원이 일치하고, 건축재로 가공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주체는 해당 공동체였으며, 문화적 노하우로 전승된 구축 원리, 구축 과정의 협업 방식은 공동체의 삶과 닮아 있었다. 건축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원을 하는 이웃 공동체가 있었고, 노동의 고단함을 줄여주는 춤이나 리듬을 공유하는 방식은 공동체의 오랜 예술적 기반이었다. 건축의 생산과정만 보아도 그 문화의 맥락을 다양한 범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건축생산워크숍은 그런 건축의 문화적 저변을 이해하고 또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생겨난, 건축문화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축제의 장을 만드려는 취지였다고 이해된다.
현대 산업화된 건축 과정에서는 수요자나 사용자가 건축물의 구축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의뢰인은 건축가에게 요구사항을 주문하면, 건축가가 설계하고, 엔지니어가 시공하여, 사용자는 그저 완성된 건물에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된다. 아파트가 이미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은 한국의 경우는, 그나마도 거주자가 직접 본인을 위한 건축행위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이미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건축과정에 참여할 기회는 희박하다. 요즘 들어 자신의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 리모델링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구조나 골격이 변하는 것은 아닌 ‘스타일링’ 정도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사를 스스로 한다기 보다는 취향을 반영하는 수준이고, 스스로 직접 하는 DIY(Do it yourself) 인테리어도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소수다.
건축을 직접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필수 전공과정에도 실제 ‘시공’에 참여하는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산업화 이후 철저하게 분화된 방식으로 진화되어 온 교육의 현재 모습이다. 역할을 잘게 쪼개어 서로의 활동영역을 존중하고 직업을 보호하는 전문가로 만드는 한편, 역할의 경계를 넘어서 전체를 함께 보면서 협력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과 협동성을 갖춘 인재(현대는 사람을 재원으로 본다)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건축’이 삶을 담고, 문화를 함축하고 포괄하는, 중요한 공간적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뭇 건축인들의 건축적 믿음과는 다른 상황이다. 정작 건축가가 건축을 ‘문화’로서 인지하도록 성장하기 어려운, 건축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201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즈음하여 아시아 근현대 건축 아카이빙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건축생산워크숍’은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조남호(솔토지빈건축), 황동욱(SSP건축), 겐고 구마(Kengo Kuma) 4명의 건축가를 중심으로 연구, 기획되었다. 아시아 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 주제에 대한 건축물 구축 과정에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직접 구축원리를 경험하고, 일시적으로나마 공동체를 이루어 소통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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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2016 건축생산워크숍] 구축적 공간체 작업 모습 (아시아문화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공동체적 협동을 경험한다는 것은 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 포함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쟁과열과 개인주의가 커져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
건축생산워크숍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건축을 문화라는 맥락으로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건축의 구축과정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그 작업이 협동이라는 공동체적 방식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건축문화의 장을 만드는 계기였다고 본다.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근현대건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2016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된 건축생산워크숍에는 광주 인근을 비롯한 건축전공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였으나, 이듬해인 2017년은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다시 건축생산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기는 했으나, 아시아 건축문화자원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내용이 변경되어, 건축생산워크숍도 그에 따라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토라자(Toraja) 지역의 전통주거인 ‘통코난(Tongkonan)’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건축생산워크숍은 현지 실측자료를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3D실감모형을 기반으로 전시, VR체험, 통코난 3D모델을 3D로 출력하고 조립, 완성하는 3D모형 체험 등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에는 근대 한옥 ‘계동 배렴가옥’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ACT스튜디오(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컨텐츠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창작과 제작을 위한 3개의 스튜디오)에서 배렴가옥의 3D 디지털 실측 자료를 근거로, 근대 주거 한옥의 주요 구조부에 대한 3D 프린트 출력 모형 제작 시연, 건축영화상영 등으로 대체되었다. 2020년은 인도의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주거건축 등을 주제로 계획되었으나,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아카이브북 제작’으로 모두 변경 진행되었다.
초기 건축생산워크숍에서 강조했던 것은 ‘아날로그 공동체 경험’을 기반한 ‘통합적인 문화로서의 건축 구축과정 참여’가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중요한 공동체적 문화가치라고 보았다면, 2018년과 2019년의 디지털 방식 아카이빙 기반의 건축생산워크숍은 문화유산을 현대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여 디지털로 재현하고 현재화하며, 이를 통한 보다 폭넓은 문화적 해석과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디지털로 새로운 문화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통은 다시 그 너머의 현재적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고 보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서로 다른 접근인 것 같지만, 중요한 전통적 가치를 현재화하여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초기는 보다 아날로그적 경험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고, 최근 2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물리적 활용을 넘어서 가치를 찾고자 했다. 결국 전통과 오늘날의 문화적 간극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며, 전통은 현재에도 지속되는 가치라는 믿음이기도 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 인류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새로운 문화를 학습하고 있다. 교육, 문화, 경제, 종교,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편, 사회적 거리두리를 통해 생활반경이 축소되고, 대외적인 교류가 근린의 물리적 거리로 제한되게 되면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 재택활동이 늘어나면서, 집과 근거리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있다. 집과 동네와 골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과 이웃이 중요해지고, 스스로 손수 하는 일들도 취미나 취향으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으며, 다시 아날로그 기반의 서비스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지금 조화된 문화를 학습하고, 찾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금’와 ‘여기’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는 분위기다. 삶과 직결된 건축과 도시를 비롯한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코로나 이후’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건축생산워크숍의 최초 질문과도 닿아 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문화라는 것이 무엇이며, 전통이라고 할 문화유산이 오늘날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있다.
2020.11.20.
아시아 건축 아카이브_건축워크숍 | 문화를 협동하는 여정, 조현정
ACC Architecture Archive Architecture Workshop 2015~2019
View Point | 건축생산워크숍을 바라보는 시각
문화를 협동하는 여정
조현정 | ㈜지문도시건축 소장, 대표
‘건축가 없는 건축(Architecture without architects, Bernard Rudofsky, 1964)’에서 보여지는 건축은 지금과 같이 전문가에 의해 법적, 행정적, 기술적 검토를 거쳐 설계되고, 전문기술자에 의해 기계적 장치의 힘을 빌려 시스템으로 구축되는 현대의 건축물과는, 만드는 방법도, 보여지는 모습도, 차이가 있다.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대지의 풍화작용에 의해 시간을 견뎌내며 스스로 가공되었음직한 모습들이 어딘지 편안하고 차분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때로는 구조물인지 자연물인지 구분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물리적 사물이나, 형태로 이해하기에는 어딘지 설명이 한참 부족하다. 그보다 지형, 기후, 자연환경, 생활방식, 종교, 전통, 언어, 경제활동, 사회구조, 기술, 생산방식, 공동체 협업방식 등 다양한 요인들이 촘촘하게 포괄되고 응축된 것으로 감지된다. 그 다양한 차원이, ‘문화’라는 이름으로도 쉽게 설명되지 않는, 그곳에 이미 한낱 개인이 가늠할 수 없을 오랜 시간동안 있어왔던 ‘삶’을 응축해 온 형태로서의 ‘건축’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저 하나의 오브제(Objet, 물체 또는 사물이라는 뜻, 어떤 물리적 형태를 갖는 온전한 대상으로서의 사물이라는 의미로 쓰임)로서는 설명할 수 없는 부분이 있음을, 어찌하다가 이런 모습과 방식을 택하게 되었는지 그 저변에 깔린 이야기가 궁금해질 수밖에 없다.
전통적으로, 혹 일부 저개발권 문화에서는 지금도, 건축은 거주공간을 기반으로 한 삶의 중요한 터전이었으며, 그 삶이 건축에 고스란히 투영되었다. 현대인은 임대와 이주가 간편한 시대에 살고 있지만, 전통적으로 건축의 주체는 거주자 본인과 가족이거나, 이웃, 공동체였고, 일상도 작업도 그 공간안에서 삶과 일치되도록 만들어졌다. 건축을 통해 삶을 유추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건축재를 얻어내는 지역의 물리적 자원이 일치하고, 건축재로 가공하는 과정에 참여하는 생산주체는 해당 공동체였으며, 문화적 노하우로 전승된 구축 원리, 구축 과정의 협업 방식은 공동체의 삶과 닮아 있었다. 건축물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지원을 하는 이웃 공동체가 있었고, 노동의 고단함을 줄여주는 춤이나 리듬을 공유하는 방식은 공동체의 오랜 예술적 기반이었다. 건축의 생산과정만 보아도 그 문화의 맥락을 다양한 범위에서 살펴볼 수 있다. 건축생산워크숍은 그런 건축의 문화적 저변을 이해하고 또 직접 경험해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보고자 생겨난, 건축문화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접근해보려는 축제의 장을 만드려는 취지였다고 이해된다.
현대 산업화된 건축 과정에서는 수요자나 사용자가 건축물의 구축 과정에 참여하는 기회는 매우 드물다. 의뢰인은 건축가에게 요구사항을 주문하면, 건축가가 설계하고, 엔지니어가 시공하여, 사용자는 그저 완성된 건물에 들어가 살기만 하면 된다. 아파트가 이미 전체 주택의 절반을 넘은 한국의 경우는, 그나마도 거주자가 직접 본인을 위한 건축행위를 진행하는 경우는 드물고, 대개 이미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 자신의 삶을 맞추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건축과정에 참여할 기회는 희박하다. 요즘 들어 자신의 취향에 맞춘 인테리어 리모델링이 인기를 얻고 있지만, 구조나 골격이 변하는 것은 아닌 ‘스타일링’ 정도에 참여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고 공사를 스스로 한다기 보다는 취향을 반영하는 수준이고, 스스로 직접 하는 DIY(Do it yourself) 인테리어도 인기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매우 소수다.
건축을 직접 설계하는 건축가에게 필수 전공과정에도 실제 ‘시공’에 참여하는 과정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산업화 이후 철저하게 분화된 방식으로 진화되어 온 교육의 현재 모습이다. 역할을 잘게 쪼개어 서로의 활동영역을 존중하고 직업을 보호하는 전문가로 만드는 한편, 역할의 경계를 넘어서 전체를 함께 보면서 협력할 수 있는 통합적 사고력과 협동성을 갖춘 인재(현대는 사람을 재원으로 본다)는 만들어지기 어려운 것이다. 이는 ‘건축’이 삶을 담고, 문화를 함축하고 포괄하는, 중요한 공간적 매개가 될 수 있다는 뭇 건축인들의 건축적 믿음과는 다른 상황이다. 정작 건축가가 건축을 ‘문화’로서 인지하도록 성장하기 어려운, 건축교육의 단면을 보여준다.
2014년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개관을 즈음하여 아시아 근현대 건축 아카이빙 프로그램으로 기획된 ‘건축생산워크숍’은 배형민(서울시립대학교), 조남호(솔토지빈건축), 황동욱(SSP건축), 겐고 구마(Kengo Kuma) 4명의 건축가를 중심으로 연구, 기획되었다. 아시아 건축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중심으로 주제를 선정, 주제에 대한 건축물 구축 과정에 참가자들이 직접 참여하여 직접 구축원리를 경험하고, 일시적으로나마 공동체를 이루어 소통과정의 일부가 되는 것이 주 내용이었다.
[2015-2016 건축생산워크숍] 구축적 공간체 작업 모습 (아시아문화원, 국립아시아문화전당)
: 공동체적 협동을 경험한다는 것은 문화를 구축하는 과정에 포함되는 것을 이해하는 것이기도 하다. 경쟁과열과 개인주의가 커져가는 현대인에게 매우 소중한 경험일 수 있다.
건축생산워크숍은 건축을 전공하는 학생들에게 건축을 문화라는 맥락으로서 인식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건축의 구축과정에 직접 참여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 그리고 그 작업이 협동이라는 공동체적 방식을 통해 사회적 관계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하도록 한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건축문화의 장을 만드는 계기였다고 본다.
ACC(국립아시아문화전당) 아시아근현대건축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2016년 두 해에 걸쳐 진행된 건축생산워크숍에는 광주 인근을 비롯한 건축전공 학생들이 공동으로 참여하였으나, 이듬해인 2017년은 진행되지 못했다. 2018년 다시 건축생산워크숍이라는 이름으로 개최되기는 했으나, 아시아 건축문화자원 아카이빙 프로젝트로 내용이 변경되어, 건축생산워크숍도 그에 따라 방식이 바뀌게 되었다.
2018년에는 인도네시아 토라자(Toraja) 지역의 전통주거인 ‘통코난(Tongkonan)’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건축생산워크숍은 현지 실측자료를 활용하여 진행되었으며, 3D실감모형을 기반으로 전시, VR체험, 통코난 3D모델을 3D로 출력하고 조립, 완성하는 3D모형 체험 등으로 진행되었다. 2019년에는 근대 한옥 ‘계동 배렴가옥’에 대한 디지털 아카이빙으로, ACT스튜디오(국립아시아문화전당 내 컨텐츠 연구개발을 위한 연구소와 창작과 제작을 위한 3개의 스튜디오)에서 배렴가옥의 3D 디지털 실측 자료를 근거로, 근대 주거 한옥의 주요 구조부에 대한 3D 프린트 출력 모형 제작 시연, 건축영화상영 등으로 대체되었다. 2020년은 인도의 주거공간을 중심으로 하는 공동주거건축 등을 주제로 계획되었으나, 전세계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특수 상황으로 ‘아카이브북 제작’으로 모두 변경 진행되었다.
초기 건축생산워크숍에서 강조했던 것은 ‘아날로그 공동체 경험’을 기반한 ‘통합적인 문화로서의 건축 구축과정 참여’가 오늘날 우리에게 다시 회복되길 바라는 중요한 공동체적 문화가치라고 보았다면, 2018년과 2019년의 디지털 방식 아카이빙 기반의 건축생산워크숍은 문화유산을 현대 디지털 기술과 접목하여 디지털로 재현하고 현재화하며, 이를 통한 보다 폭넓은 문화적 해석과 활용을 모색하는 것이었다. 디지털로 새로운 문화적 전환을 경험하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전통은 다시 그 너머의 현재적 가치를 찾는 것이었다고 보겠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서로 다른 접근인 것 같지만, 중요한 전통적 가치를 현재화하여 지속하고자 하는 노력은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초기는 보다 아날로그적 경험적 가치에 중점을 두었고, 최근 2년은 디지털 기술을 통해 물리적 활용을 넘어서 가치를 찾고자 했다. 결국 전통과 오늘날의 문화적 간극을 어떻게 조화시킬 것인지에 대한 질문이며, 전통은 현재에도 지속되는 가치라는 믿음이기도 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전 세계 인류는 새로운 생활 방식과 새로운 문화를 학습하고 있다. 교육, 문화, 경제, 종교, 사회, 거의 모든 분야에서 디지털 기술은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또 한편, 사회적 거리두리를 통해 생활반경이 축소되고, 대외적인 교류가 근린의 물리적 거리로 제한되게 되면서, 재택근무와 재택학습, 재택활동이 늘어나면서, 집과 근거리의 중요성을 학습하고 있다. 집과 동네와 골목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집과 이웃이 중요해지고, 스스로 손수 하는 일들도 취미나 취향으로 다시금 부각되고 있으며, 다시 아날로그 기반의 서비스들이 때 아닌 호황을 누리기도 한다. 디지털과 아날로그는 지금 조화된 문화를 학습하고, 찾고 있다.
코로나를 계기로 우리는 ‘스스로’를, ‘지금’와 ‘여기’를 다시 돌아보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위기이기도 하고 기회이기도 하다는 분위기다. 삶과 직결된 건축과 도시를 비롯한 사회, 경제, 문화의 다양한 분야에서 ‘코로나 이후’라는 질문을 하고 있다. 건축생산워크숍의 최초 질문과도 닿아 있다. 우리가 만들어가는 삶의 방식이라는 것이, 문화라는 것이 무엇이며, 전통이라고 할 문화유산이 오늘날 어떤 의미로 다가올 수 있을 것인가?
해답은 지금 여기 우리에게 있다.
2020.11.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