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une]오래된 것은 나쁜 것이 아니다.

관리자
오래된 것이 나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오래된 것이 주는 편안함과 아늑함이 있고, 아울러 안정감도 느낄 수 있게 한다. 손 때 묻은 공간과 물건들은 그 시간동안의 사람들의 이야기를 간직하는 것이기도 하고, 그래서 다양한 상상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그 안에서 사람들은 일종의 안정감을 갖는다. 지속되는 것들이 갖는 안정감과 무게, 그로 인해 편안함과 아늑함을 느끼는 것이 아닐까. 나보다 먼저 세상을 겪고, 그래서 더 많은 지혜를 갖고 있을 것 같은,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가 주는 편안함도 비슷한 느낌일 것이다.

도시재생이니 지역재생이니 몇 해 동안 떠들썩하던 분위기가 점차 사그라들고 있다. 정권이 바뀌면, 특히 정당색이 달라지면, 전 정권의 특유한 색은 씻어내기 일쑤다. 도시재생 뉴딜이라는 문재인 정부의 야심작도 윤석열 정부로 바뀌면서 이미 퇴색했다. 아니 그 이전, 대선을 준비하면서부터 이미 걷어지고 있었다. 그런 분위기를 반영하듯, 2019년, 2020년 두 해 동안 진행했던 '이어쓰기 학교'는 이름이 무색하게, 코로나 여파로 이어지지 못하다가 결국 올해도 실행은 물 건너간 모양이다.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을 그렇게 허망하게 보내고 오세훈 시장으로 바뀌자, 역시 지난 박시장의 균형개발은 물 건너가고, 오시장의 고밀도 개발로 다시 방향을 틀었다. 아마 그 여파일 것이라 예상되지만, 금년 초 어렵사리 시공사를 찾아 설계를 마무리 하게 된 사회주택 2채도 시공을 앞두고 멈추어버렸다. 발주처 대표는 계속 연락을 안받고 있다. 상황이 어찌되는지 안부조차 부담이 되는 모양이다. 순수한 마음도 부담이 될 수 있나보다 싶다.


문제는 오래된 것이 아니라, 지저분한 것이다.

오래된 문화유산을 잘 간직한 도시들을 한번씩 방문한다. 여태 살아남은 모습들이 어째 억지스럽다는 인상을 피하기 어려운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렵사리 자리를 지키고는 있지만, 인근의 현대적 삶의 모습들이 그 문화유산들과 조화로운 지는 그저 방문자들 개인들의 몫일 뿐이다. 그나마 이름난 유산들은 그나마도 자자체에서 예산을 들여서 가로 정비도 하고, 담장도 복원하듯 옛날 모습을 재현해내려고 애쓰고, 관광객들을 유치하겠다고 다양한 행사들도 진행하면서 그럭저럭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문화재로 지정되지도 않고, 그렇다고 누가 나서서 돌보지도 않고, 지자체도 어찌할 바 모르고, 주인도 딱히 돈 들이는 것 말고는 방법을 몰라서 그저 자리만 지키는 문화유산들이다. 시간만 흘러서 나이만 많은 그냥 딱 '옛날' 건물들은 하나같이 여기저기 생채기가 난 채로, 흉물스럽게, 날이 갈수록 상태는 더욱 나빠지면서 방치된 채로, 그렇게 오늘도 자리만 지키는 유산들이다. 

지자체가 관심을 가질 법한 흥미로운 건물이 방치된 것이라면, 많은 경우가 주인은 건물을 팔고 싶어했다. 문제는 가격인데, 문화유산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는 이유만으로 감정가와는 별개로 터무니 없는 가격을 내새워 고집을 피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건물들은 방치된 시간이 길어지면서 더욱 도시경관을 저해시키고 이웃들이 동네를 쾌적하게 누릴 권리를 무너뜨린다. 적어도 아직 살고 있는 사람들(설사 언젠가 떠나더라도), 새롭게 유입되는 사람들, 그리고 계속 살아갈 사람들이 현재를 보다 쾌적하게 누릴 수 있도록 뭔가 제도와 지원이 필요한 것 같지만, 자칫 사유재산에 대한 공공지원은 주민들에게 공정하지 않다는 시선이 있을 수 있으므로, 여러가지 방면에서 대안이 필요해보인다.


청소를 했다.

작년 6월에 입주, 겨우 1년이 조금 지났을 뿐인데, 창고로 쓰던 빈약한 썬큰 공간이 몇 달동안 내내 마음에 걸렸다.

지금은 지문을 새롭게 정리하는 시간, 그리고 장마도 끝나고 이제 가을을 맞이한 시점에서, 제습기로 실내는 뽀송뽀송함을 되찾았지만, 아직 남아있는 책벌레의 박멸을 위해서라도 썬큰 공간을 청소해야 했다. 책벌레가 자주 보이는 대마포대를 외부로 빼내는 것이 필요했다.

그렇게 지난 주 토요일 청소를 감행했다. 쓸 수도 있어서 버리지 않았던 나무며, 박스들을 모두 내다버리고, 흙과 실험도구들을 다시 꺼내 정리했다. 문제는 아직 남아있는 황마와 대마를 얹어놓을 자리를 만드는 것이었는데, 쓰지 않는 것들을 덜어내어 결국 자리 만들기에 성공했다. 빨리 저것들을 써버릴 기회가 왔으면 좋으련만, 당장은 보다 나은 성능확인을 위한 샘플제작 말고는 특별한 계획이 없다. 그나마도 무언가를 새로운 시도를 하기에는 한참 모자라다. 

어쨋든, 정리라는 것을 하고나니 당분간은 쾌적하게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살고 있는 동안 보다 쾌적하게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실천하는 '유지관리'는 우리 생활환경에서 공간을 만드는 것보다 중요한 일이다. 대궐같은 공간이 주어지더라도 더럽고, 쓰레기로 가득차고, 곰팡이며 누수에 곳곳에 벌레가 가득하다면 이것은 생지옥이나 다름 없을테니 말이다. 그리고 자칫 방심하면 중요한 타이밍을 놓쳐서 손을 대기 어려운 상황을 만들 수도 있다. 유지관리에 타이밍이 중요한 이유다.

청소하면서 엄지손가락만한, 쌔까만 거미 두 마리가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부디 저 멀리 다른 곳에 자리를 잘 잡아서, 이제는 나타나지 않고, 그래서 타일들을 다시 제 자리에 잘 정리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를 바랄 따름이다. 

오늘은 비가 온다. 대마포대에 비가림을 아직 만들지 않았는데, 태풍만 아니라면 젖지 않을 듯 하나, 임시라도 뭔가 가려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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