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immune]지문을 생각하다.

관리자
지문, 만 4년 6개월

2017년 겨울, '절로 밥상이 차려지는 듯' 이라는 뜻을 처음으로 제대로 이해하게 되었다. 직접 그 입장이 되어 본 것. 지문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짧지만은 않은 시간(한국이 낯설게 느껴지고 눈에 보이는 모든 것에 예민하게 반응할 때니까)을 타지에서 보내고 돌아오자, 한국이 어떤 상태인지 분위기 파악이 먼저 되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궁금한 것들도 해소할 겸,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준비도 할 겸. 가장 만나고 싶었던 것은 한국에 아직 남아있기라도 하면 다양한 분야들의 장인들을 좀 만나보고 싶었다.

그런데...

2017년 겨울, 모의팀이 꾸려졌다. 창업지원팀. 3명. 지문도시건축. 선정되면 실제 개소로 이어질 수 있었고, 선정이 되었다. 그리고 바로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다. 

2018년 3월, 그렇게 지문이 실제 개소했고, 개소 이전부터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서울보다는 지역에 있는 소도시에 자리잡고 싶었다. 풍경도 인심도 좋은 곳이었으면 했다. 작지만 꾸준하게 살펴 가다보면 그렇게 작은 도시속에 지문이 짙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곳에서 잘 되면 지문의 도시로서도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도 했다. 

하지만, 당장 주어진 프로젝트에 보다 밀도있게 임하고자, 발주처가 있는 서울에, 영등포에 자리를 잡았다. 다시는 일상을 살고 싶지 않은 도시였는데, 서울에서 시작하게 되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1년쯤 지난 뒤 연희동을 만난 것이다. 연희동이라는 동네를 만난 순간, 여기라면 평생을 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급격하게 변하지만 않는다면,  예를 들어 지역지구(서울에 얼마 안남은 제1종 전용주거지역)가 바뀌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부디 그런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다만, 앞으로 지하철역도 들어선다고 하니, 어쩌면 서울에 얼마 안남은 이곳의 제1종 전용주거지도 바뀔 수 있겠다 싶기는 하다.


2022년 8월, 어느덧 4년하고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곧 만 5년을 맞이하게 되겠지.

함께 작업하던 두 대리가 시간차를 두고 지문에서 퇴사하게 되자, 다음 동료들을 맞이하기 전에 다음 단계를 위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문의 방향에 대해서도, 

소장의 역할에 대해서도, 

다음 동료들을 어떤 기준으로 맞이할 지에 대해서도, 

그리고 지문이 열어갈 미래를 위해 어떤 준비가 필요한 지에 대해서도, 생각들을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씩 그 생각들을 차근차근 담아내보기로 한다. 이 글을 시작으로...



최근 사귄 친구(이 나이쯤 되면, 그리고 한 회사의 운영자 입장이 되면, 친구 만들기가 참 어렵다.)의 소개로 알게된 브랜드 디앤디파트먼트, D&Department, 나가오카 겐메이, 참으로 반갑고 기뻤다.

분야가 좀 다르기는 하지만, 늘 생각해오던 입장이었는데, 이미 실천하고 있는 사람과 브랜드가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크게 위안이 되었다. 더구나 요새 제법 핫한 브랜드라고 하니, 물론 시점이 다를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그 중에서도 진심으로 이런 태도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란 생각에, 앞으로의 전망이 나쁘지 않다.

지문도 꿋꿋하게 지문의 길을 열어갈 수 있기를 바라면서, 디앤디파트먼트의 몇몇 생각들을 옮겨본다.


지문에게 들려주고 싶고, 
바탕이 되었으면 하는 이야기이기도 한...


[24] 경쟁하지 않으면서 본래의 목적을 이루고 싶었습니다. 구입한 물건을 쉽게 버리지 않는 것, 좀 더 애정을 가지고 물건을 다루는 것, 줄곧 사용해온 물건의 가치를 가게를 통해 공유하는 것, 그리고 홈 센터처럼 생활용품을 부담없이 살 수 있는 곳을 만드는 것이 본래의 목적이었습니다.


[30] "자신의 명성으로 물건을 팔아서는 안된다."

"무언가 필요한 것이 있으면 그곳에 가봐"라고 이야기할 만한 곳, 가격 부담이 없고 적당히 골라도 디자인과 품질이 좋으며 제작자의 생각이 분명한 상품이 있는 가게, 사회문제를 눈에 띄지 않게 숨겨서 얼핏 보기에는 부드러운 분위기지만 알고 보면 사회에 도움이 되는 정말 '좋은 물건'을 산 것임을 깨달을 수 있는 장소...

사회문제나 전문적인 디자인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수다를 떨며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는 장소에서 데이트를 하는 것이 더 즐거울 테니까요.


[31] '그곳에서라면 무엇을 사도 괜찮아'라는 신뢰를 쌓아가는 속도와 디앤디의 이름이 알려지는 속도가 균형을 이루는 것에도 신경이 쓰였습니다. 실체 없이 이름만 앞서는 것이 제일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가게의 정식 명칭인 '디앤디파트먼트 프로젝트'에 굳이 '프로젝트'라는 말을 넣은 이유도, '디앤디가 아무리 마음에 들어도 아직 프로젝트 실험 중이니 무조건 믿기보다는 좋은 가게 만들기 실험 과정에 동참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주기를 바랐기 때문입니다.


[33] '디앤디는 하나의 프레젠테이션이어야 한다. 나가오카 겐메이의 개인 취향을 따르는 상점이 아니라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매장'의 형태로 제언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려면 인구가 많은 대도시에 가게를 열지 않으면 안된다'


[34] 디앤디는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만든 가게가 아니고, 제공할 수 있는 노하우도 축적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었기 때문에 절대로 다른 사람은 할 수 없는, 재현 불가능한 가게라는 판단에 모두 거절했습니다.


[37] 자신들의 지역에 맞춰 어떤 때는 지역 우선, 어떤 때는 도쿄의 힘을 빌리고 싶은 마음이 드는 것일테지요.


[127] 1960년대에 많은 일본 디자인어가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제품 개발에 몰두했고, 훌륭한 디자인이 다수 탄생했습니다. 당시 디자이너들은 잘 팔리는 것보다 사람들에게 보편적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탐구하는 자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137] 웹 스토어에서 물건을 사는 사람은 가게에 와서 물건을 사람과 명백히 다릅니다. 길가에 있는 디앤디 가게에서 물건을 사가는 손님 대부분은 역에서부터 먼 길을 걸어서 가게에 찾아오고, 매장 안에서 물건의 매력을 확인하고, 직원과 대화한 후에 돈을 지불합니다. 그러나 웹스토어에서는 우리의 활동을 잘 모르는 사람도 쉽게 물건을 살 수 있습니다. 불만을 제기하는 손님도 웹스토어 쪽이 더 많습니다.


[141] 멋진 이미지 사진을 올리는 것은 절대 금지입니다. 매장의 디스플레이와 마찬가지로, 화려한 꿈속의 물건처럼 보여줘 손님의 충동구매를 불러 일으키는 것은 성실한 자세가 아닙니다.


[171] 단순히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려는 것이 아니다. 알고 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알리면 된다.


알고싶어하는 사람에게만 알리면 된다


[172] 우리가 가게를 통해 하고 있는 활동은 단순히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손님과 함께 상황을 변화시키기 위한 것입니다. ...

"당신에게는 팔지 않겠습니다"라고 단호하게 말할 수 있고, 그래서 무엇이든 돈만 지불하면 간단히 손에 넣을 수 있는 세상이 아니라는 것을 알린다면, 사회는 크게 달라질 것입니다....

불편한 위치에 있는 가게에는, 아무 생각없이 불쑥 들렀다가 직원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돌아가는 손님이 거의 없습니다. 이러저러한 활동을 하는 가게임을 알고 일부러 왔다는 손님이 대부분입니다.


[174] 우리는 손님을 위해서가 아니라 세상을 위해서 행동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_출처 : [D&DEPARTMENT, 디앤디파트먼드에서 배운다, 사람들이 모여드는 전하는 가게 만드는 법]. 나가오카 겐메이 지음. 허보윤 옮김.

(주)지문도시건축


대표 조현정

서울 서대문구 연희로11길 61, 지층  (03707 연희동)

welcome@jimmune.com

070-8779-3379


© 지문도시건축 | Jimmune Architecture & Urbanism | All right Reserved.